발기부전치료제구매 [장지연의 역사 상상력]모두 불러들여 보호한다…도성이 지켜야 할 것은 ‘백성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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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3-15 14:06본문
18.627㎞. 한양도성의 전체 둘레 길이다.
수치만으로는 그 크기를 체감하기 어렵기에, 답사 때면 개경의 나성(외성) 크기와 비교해서 어떨 것 같냐고 물어보곤 한다. 개경의 나성은 11세기 고려 현종 때 거란의 침입을 대비하여 건설했다. 그로부터 400년 후 건설된 한양도성은 개경 나성보다 클까, 아니면 작을까. 대답은 늘 팽팽하게 갈린다. 이 질문을 던진 최근 어느 모임에서는 한양도성이 작다는 쪽이 약간 우세하기는 했지만, 실상은 대다수가 선뜻 손을 들지 못할 만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정답을 말하자면, 한양도성이 개경의 나성보다 작다. 개성 나성의 둘레는 23㎞, 한양도성은 그것의 78%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을 건국한 이들은 왜 한양도성을 개경의 나성보다 작게 건설했을까?
태조 이성계의 지극한 관심, 도성
1394년(태조 3) 한양 천도를 결정한 후 1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경복궁, 종묘, 사직의 완공을 눈앞에 두게 되자, 태조는 곧 도성 건설에 돌입했다. 1396년(태조 5) 초 단기간에 수십만명의 인력을 동원해 1차로 성곽을 축조하고 가을에는 2차 공사까지 강행했다.
건설 순서에서는 경복궁과 종묘, 사직에 밀렸을지언정, 도읍을 결정할 때 성곽을 쌓을 만한 형세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1393년(태조 2) 계룡산의 도읍 후보지를 답사할 때, 태조는 대신들에게 세 가지를 논의하게 한다. 첫째 조운의 편리함, 둘째 도로의 험난함, 마지막은 성곽을 축조할 지세였다. 앞의 두 가지가 수도의 입지를 고민한 것이라면, 마지막 성곽은 수도의 방어에 대한 고민이었다. 특히 이때 성곽의 형세를 살피는 임무를 의안백 이화와 남은에게 맡겼다는 점이 주목된다. 남은이 개국공신의 대표자라면 이화는 이성계의 이복동생으로 전장을 함께 누빈 이였다. 조운과 도로를 문신인 성석린, 김주에게 맡긴 것과 달리, 성곽만큼은 자신과 가장 친밀하며 무장의 안목을 지닌 이를 중시했음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성곽 건설에서 무장의 경험이 반영된 것은 한양도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복궁, 종묘, 사직 등의 건설은 정도전과 같은 개국의 이데올로그와 권중화, 김주, 이직같이 지리에 대한 지식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맡아서, 터를 정하고 도면을 그려 바쳤다. 이에 비해 도성의 터는 이들이 주도하지 않았다. 도성 터를 두고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갈등을 빚었다거나 눈이 녹은 자리를 따라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정설처럼 떠돌기도 했지만, 이는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 도성 건설의 현장을 주도한 것은 정도전이나 무학대사가 아니라 무장 이성계였다. 정도전에게 도성조축도감의 일을 맡기기 사흘 전, 태조가 이미 성곽 터를 시찰하였다. 태조는 종묘와 사직에는 각각 3차례와 1차례만 거둥했지만, 도성의 경우에는 7회나 거둥했고, 특히 1차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내리 사흘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처럼 한양도성을 짓는 데 무장 출신 이성계가 큰 관심을 가지고 관여했다는 점은 한양도성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장의 성곽에 대한 견해
고려 말에는 전란의 위협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1361년(공민왕 10) 홍건적의 침입으로 수도 개경이 몇달 동안 점령당한 적도 있었다. 홍건적만이 아니라 왜구의 침입도 극심했다. 왜구는 연해를 분탕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륙 각지도 휘젓고 다닌 데다 강화, 교동 근처까지 출몰하여 수도 개경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이러한 전란의 위기는 개경 나성을 다시 쌓자는 논의로 이어졌다. 이미 지어진 지 400년이 되어 가는 데다 여기저기 무너진 곳도 많은 터였다. 그런데 이때 성곽의 크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개경 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개경 나성의 둘레 23㎞는 비슷한 시기 중국 왕조의 도성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북송 개봉부의 외성은 약 29㎞, 원 대도는 약 28㎞, 명의 북경 내성은 23㎞ 정도이니, 나라의 규모와 도성 거주 인구 등을 볼 때 개경 나성은 상당히 큰 편이라 하겠다. 성곽의 둘레가 크다는 점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일단 성곽을 보수하는 것에 매우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조선 태조대 동원한 인력이 1차 12만명, 2차 8만명이었다. 후에 태종대 성곽을 전면 수리했을 때에는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됐다. 18.627㎞의 성곽을 건설하는 데에도 이랬다는 점을 상상하면, 개경 나성의 경우엔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해야 그 공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란으로 온 나라가 피폐해진 상황에서 23㎞ 둘레의 성곽 보수는 결코 쉽지 않았다.
성을 보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고려 말의 무장 최영은 “경성이 크고 넓어서 10만명의 군사가 있다 해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다(<고려사> 열전 최영). 최영처럼 개경 나성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이들은 성을 줄여서 더 작게 신축하자고 주장했는데, 태조 이성계 역시 이들 중 하나였다.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에서는 “전하가 개국하셨을 때 송경 옛 도읍의 옛 성곽이 무너진 데다 너무 넓어서 지키기에 어렵다는 점을 염려하여 옛터의 삼분의 일을 줄여서 건설했다”고 하였다. 결국 개경의 나성이 너무 크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공양왕대부터 시작된 개경 내성 축조는 같은 의견을 지닌 태조 이성계에 의해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개경 내성의 크기는 11㎞였다.
고려 말의 전란과 그로부터 비롯한 논의의 경험은 한양도성의 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경 나성이 너무 크다는 문제의식을 지닌 태조 이성계가 한양도성의 건설에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곧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좁게 건설된 한양도성이 불러온 문제들
일단 좁았다. 도성 내 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태조대부터 관리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한 집터의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땅이 충분하지 않았다. 태종대에 이르면 성곽을 보수하되 우선 그 터를 넓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성저십리, 즉 성 밖이지만 한성부의 영역인 10리라는 애매한 구역이 생긴 것은 사실 좁아진 도성의 규모에서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였다.
성곽을 좁히면서 주변을 둘러싼 산지의 균형이 맞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되었다. 한성을 둘러싼 네 개의 산 중 백악, 인왕산, 목멱산이 대체로 250~350m 사이의 비슷한 높이를 지닌 데 비해 동쪽의 타락산은 그 절반인 125m 정도밖에 안 된다. 산이 낮으니 성곽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방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태조는 지세가 낮아 특별히 옹성을 쌓은 동대문의 공사 현장에 여러 차례 직접 거둥하여 살폈을 정도로 이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고심했다. 그럼에도 좌우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낮은 산세는 후대 전란이 발발할 때마다 국가의 위기를 불러온 풍수적 약점이자 방어의 구멍으로 끊임없이 소환되었다. 이 시대 성곽의 크기를 줄이자는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태조대 새 수도 건설에도 참여한 김주 같은 이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고려 말 개경 나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을 때, 개경 나성이 오히려 좁다면서 이를 더 넓히자고 주장했다(<고려사> 열전 김주). 전란이 났을 때 도성민이 흩어지지 않고 모두 불러들여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방어의 어려움보다도 백성의 보호와 민심의 이반을 더 걱정한 데서 비롯한 의견으로, 이러한 의견을 제시한 이들은 주로 문신들이었다.
조선의 태종은 도성의 방어보다는 변방의 경계와 외교적 대처를 우선시했다. 그에 비해 하륜은 도성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는데, 그 이유를 백성의 마음에서 찾았다. 그는 가족을 도성 안으로 들여 보호해야 백성이 딴마음을 먹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거점이 생긴다고 보았다(<태종실록> 태종 13년 7월26일). 김주나 하륜과 같은 문신들의 주장은 국가가 백성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둔 것이다.
성곽은 전쟁과 방어를 바로 연상시키지만, 도성은 단순히 군사적 요새에 머물지 않는다. 무장의 안목은 방어의 효율을 택했지만, 국가가 그 성벽과 함께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문신의 주장 역시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조선시대를 관통한 이 질문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현재적 질문이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청문회에서 현장 경찰이 참사 신고가 11건 들어왔음에도 출동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출동한 척 기록을 꾸미려 시도했던 정황이 나왔다. 참사 당시 현장 출동 담당과 상황 담당 경찰이 서로 책임 소재를 미루는 일도 벌어졌다.
12일 특조위 청문회는 ‘11건의 신고에도 경찰이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를 먼저 따졌다. 증인으로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당시 이태원파출소 순찰2팀장이 출석했다. 참고인으로는 김현권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3팀 팀원 등이 나왔다.
청문위원들은 참사 당일 오후 6~10시쯤 총 11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압사’ 등을 언급하는 신고가 있었는데도 현장 경찰이 왜 출동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신고 출처는 모두 참사가 벌어진 골목 인근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당시 이태원파출소 2팀장은 “출동 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양성우 특조위원이 당일 오후 9시쯤 파출소에 경찰 10여명이 대기 중이었던 화면을 보여주면서 “인력 부족이 이유가 맞냐”고 다시 묻자 2팀장은 “11명의 시민이 신고한 건 경찰 조직에 요구한 것이지 파출소에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규모 혼잡 경비는 사전 인력 배치가 필요하고, 서울경찰청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서에는 참사 당일 오후 8시쯤까지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지만 ‘압사사고가 우려된다는 신고가 있었다’는 상황이 이 전 서장 등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시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위에 간첩이 침투해 시위대를 죽게 해서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첩보는 곧바로 전파됐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측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가 없었다”며 다시 책임을 파출소로 떠넘겼다. 참고인으로 나온 김현권 팀원은 “현장에서 상황 보고를 하지 않으면 서울경찰청에서 상황을 바로 알기는 어렵다”며 “당시 특이하게 이태원 지역에 인력이 많이 배치되지 않았다고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병철 특조위원이 “그럴수록 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현장에 물어봤지만 크게 위험성이 있지 않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참사 이후 신고 기록을 변경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태원파출소는 압사 위험 신고에 대해 현장 출동이 없었는데도 ‘강력 해산 조치’라고 출동 보고에 기록했다. 또 참사 관련 국회 국정조사 전에 ‘현장에 출동했다’ ‘이미 통제가 불가능해 보였다’는 등 내용이 담긴 메모를 공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직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신고자와 통화한 등 기록이 없다면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직원이 곤란해진다”고 말한 메시지 기록이 정현욱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관리팀장에게서 나온 것도 확인됐다.
특조위는 “서울경찰청의 사건 접수와 분석, 모니터링, 용산경찰서의 무전 지령, 이태원 파출소의 출동과 종결 기록 등 네 단계가 동시에 무너진 것”이라며 “규칙, 수단, 인력은 있었지만 의지와 책임은 없었다”고 밝혔다.
‘산수 계산’ 밀린 대만 팬들 엉뚱한 화풀이…평균 실점률 규정 탓미 감독 “8강 확정된 줄” 이탈리아에 ‘충격패’ 탈락 위기 내몰려
기적 같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 직후 대표팀 문보경이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다.
평균 실점률에서 밀려 탈락한 대만 팬들이 9회 마지막 삼진을 당한 문보경을 타깃 삼아 ‘악플’로 분풀이했다.
지난 9일 호주전, 대표팀은 9회초 안현민의 희생 플라이로 7점째를 올렸다. 더 이상 득점은 무의미했고, 후속 문보경이 ‘지능적인’ 3구 삼진으로 마지막 수비를 준비했다. 그러자 대만 팬들이 문보경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엉뚱한 트집을 잡은 것이다.
대만 팬들의 악플과 비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의 허탈한 심정은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대만은 2023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평균 실점률에 밀려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지난 대회에서 대만이 속한 A조는 5개 팀 모두 2승2패 동률이라는 초유의 결과로 끝났다. 대회 규정인 평균 실점률에 따라 쿠바와 이탈리아가 1, 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대만은 앞선 대회 4강팀 네덜란드를 잡는 등 선전했지만 ‘산수’ 계산에서 밀렸다. 쿠바에 1-7로 패한 타격이 컸다.
평균 실점률 타이브레이커에 고개 숙인 사례는 대만뿐만이 아니다. 한국도 2013년 대회에서 2승1패로 네덜란드, 대만과 승패 동률을 이뤘지만 평균 실점률에서 밀렸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건 2017년 대회 멕시코였다. 1승2패로 베네수엘라, 이탈리아와 승패 동률로 공동 2위를 기록했는데 평균 실점률 계산에 따라 맨 뒤로 처졌다. 타이브레이크 경기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베네수엘라가 2위로 8강에 올랐다.
멕시코가 첫 경기 이탈리아전에서 ‘초 공격’이었다는 게 결과적으로 불운이었다. 멕시코는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5실점 하면서 9-5로 앞서던 경기를 9-10으로 패했다. 이탈리아의 끝내기 득점이 나오는 순간 멕시코는 더 이상 아웃카운트를 잡을 기회가 없었다. 애초에 다 이긴 경기를 9회 5실점으로 내준 것부터 문제지만, 평균 실점률로 8강 진출과 탈락을 가리는 규정 자체가 도마에 올랐다. 실점을 분자, 아웃카운트를 분모로 하는데 멕시코 같은 경우 분모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다. 조건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번 대회 한국은 반대로 9일 호주전이 ‘초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말 공격’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8회까지 8강 진출에 필요한 점수를 못 채웠을 경우, 초 공격이라면 아웃카운트 3개가 다 잡힐 동안 계속해서 공격할 기회가 있지만, 말 공격의 경우는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점수를 더 올릴 기회까지 사라지기 때문이다.
‘초 공격’ 기회를 안은 만큼 호주전 3실점째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 분모를 키우고 마지막 공격에 가능성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11회 연장 8-3, 14회 연장 9-4 같은 8강 경우의 수 ‘번외편’이 그래서 나왔다. 비현실적인 가정이지만, 아웃카운트를 분모로 하고 실점을 분자로 하는 산수 계산만 따지면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야구 종목 특성상 어떤 식으로 타이브레이커 규정을 손본다고 해도 논란이 아주 없을 수는 없다. 득실 차가 아니라 지금의 평균 실점률이 낫다고 주장하는 쪽은 공격 기회가 서로 다른 경우 단순 득실 차로 8강 진출을 가리는 것이 더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논리를 앞세운다. 콜드게임이 적용되는 WBC에서는 같은 경기 수라도 공격 기회에서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
당장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대회 주최 측인 미국도 감독이 8강 진출 상황을 착각할 만큼 WBC의 ‘경우의 수’는 복잡하다. 미국은 11일 WBC B조 조별리그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6-8로 패배했다.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거들을 내세워 세계 최강 팀을 자부하던 미국의 충격적인 패배인데, 이 패배로 미국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
조별리그 일정을 마무리한 미국은 일단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하는 것이 무산됐다. 미국의 2라운드 진출 여부는 12일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경기에 달렸다. 현재 이탈리아는 3승, 미국은 3승1패, 멕시코는 2승1패다. 이탈리아-멕시코전에서 이탈리아가 승리하면, 이탈리아와 미국이 나란히 조 1, 2위로 8강에 오른다.
하지만 멕시코가 승리하면 복잡하다. 미국·멕시코·이탈리아가 나란히 맞대결에서 1승1패로 물린 3승1패가 되면서 평균 실점률로 8강 진출팀이 결정되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미국이 이탈리아에 8실점을 한 게 독이 될 수 있다.
11일 기준 미국이 18이닝 11실점, 이탈리아가 9이닝 6실점, 멕시코가 8이닝 5실점을 했다. 결과적으로 멕시코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4점 이하 득점으로 승리하면 미국이 탈락한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도 이 ‘평균 실점률 타이브레이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데로사 감독은 MLB닷컴 인터뷰에서 “우리는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이상하게 이탈리아를 이기고 싶다”고 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몇몇 주축 선수를 빼는 여유도 보였다. 경기를 패한 뒤 데로사 감독은 “경우의 수 계산을 완전히 착각했다. 득점과 실점을 따져가며 계산해보면 우리가 탈락하는 상황도 있다”며 자신이 착각했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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