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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팔로워 “내 환각은 낙인찍히기 전의 날것”···의사의 ‘진단 권력’에 붓으로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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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6-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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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팔로워 “대학교 1학년 때 정신적으로 안 좋아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다 신경정신과로 연결이 됐어요. 경계성 인격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그 순간 자세한 대화가 오가지 않은 와중에 진단명과 진단코드가 부여되더라구요. 사회가 제 존재를 정의하고 규정하는 상황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이근민 작가(44)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고르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그의 그림은 피와 내장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로 뒤덮여 있다. 자신이 겪은 환각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근민의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에서는 3m 높이의 대형 회화를 비롯해 23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앞서 2022년 스페이스K에서 열린 개인전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도 자신의 병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이근민은 25년 전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병명을 부여받고 입원하면서 두 가지 경험을 했다. 하나는 진단의 권력, 다른 하나는 환각의 경험이었다. 그는 문명사회가 인간을 재단하고 분류하는 방식에서 폭력성을 느꼈다. 그 시점에 그는 파편화된 인체, 생물체였던 무언가, 날것, 상처 등이 출몰하는 환각을 보았다.
이근민은 “의사가 병증으로 포섭시키기 이전의, 병증으로 규정되기 전의 환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증상이 아닌 작품으로 바뀔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 제목 역시 사람들이 내 환각을 규정하기 이전의 상태를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유기체 접시’(Organic Plate), ‘연결된 신체’(Connected Body), ‘정신과 의사의 머리’(Psychiatrist’s Head) 등 전시에 나온 회화는 그가 환각 속에서 목격한 해체되고 흩어진 신체의 형상들이다. 거대한 화면 속에는 살점과 장기, 피막을 연상시키는 덩어리들이 부대끼고 있다. 부패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 불길한 푸른색, 생생한 붉은색을 띤 무언가가 연결되고 조립된 듯한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시각적 충격을 넘어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근민은 “환각은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아닌, 그저 당시 자신에게 ‘있었던’ 일에 가까웠다”며 “환각에서 본 형상들이지만 정물이나 풍경을 재현하듯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관찰하듯 돌아보며 현실의 화면 안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그는 “작업의 재료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이성적”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은 사회가 ‘정상성’의 범주 밖으로 밀어낸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이근민은 작업의 출발점 중 하나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자가 약자를 바라보고 규정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어떤 존재가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는 맥락이 연결된다. 날것의 이미지들은 단순히 시각적 충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그는 작품이 자기 표현이나 치유의 과정으로 읽히는 데는 거리를 뒀다. 이근민은 “관람객이 그림 앞에서 불쾌함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가능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안에서 흥미가 생긴다면, 이 표현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더 들여다봐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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