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가덕도신공항 다시 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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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3-20 12:49본문
가덕도 앞바다는 바다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상괭이 두셋이 잠시 보였는데 이내 멀어지고 있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상괭이들은 가덕도 앞바다를 크게 한 바퀴 돌고는 천천히 멀어졌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지구상 모두에게 열린 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날은 더워지고, 뜨거워지고, 바닷속 지형도가 변하고 해수의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숱한 물살이가 살 곳을 잃고 밀려나거나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고 있었다. 나는 계속 바람을 타며 섬의 앞바다 상공에 머물렀다. 나의 친구와 연인과 가족들은 어느 틈엔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과 학살 소식이 들려온다. 이 불안정한 세계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나는 잠시, 군 공항으로 전용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신공항을 떠올린다.
가덕도신공항. 2035년 완공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넉넉한 기간이 아니다. 꿈속에서는 방파제 안쪽 바닥의 연약 지반을 안정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는 빠듯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채근했다. 그러다 바다에서 인명사고 났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잠깐의 애도. 그리고 곧바로 조류 퇴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조류 충돌은 사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공사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무려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된 공사다. 지역에선 공항이 경제를 살리고, 교통 편의성이 좋아지며, 국제무역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것은 중요한 바람이기에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말 공항이어야 할까.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면서, 기후생태적 감수성이 결여된 결정이다. 건설 과정에서 위험천만함이 지적돼, 어렵게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현대건설마저 포기했다. 여섯 차례나 유찰됐다. 시운전 기간에도 공사를 지속하면 얼추 공기 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한다.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수심이 20m로 깊고, 해저는 암석이 아닌 물컹물컹한 점토층이다. 완공 이후 부등침하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불확실하다.
폭발음이 울렸다. 섬 전체가 진동했고, 붉은배새매 떼가 날아가던 산봉우리가 흔들렸다. 새와 동물들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매립지는 내해가 아닌, 뻥 뚫린 외해를 향해 뻗어 있었다. 완충 없이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그대로 섬을 덮쳤다. 그때 새들이 다시 날아오고 있었다. 계절마다 하늘길을 따라 향해 오던 그 방향 그대로, 산봉우리를 향해.
또다시 폭발음이 울렸다. 꿈이 흔들렸다. 용산에서는 한 활동가가 새 대통령에게 죽음의 신공항 건설을 중단해 달라고, 다시는 고통스러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현실로 돌아와 전화를 건다. 가덕도가 잘 있는지 묻는다. 부산의 활동가는 특별법 폐지를 위한 10만 서명운동이 쉽지 않다며 말끝을 흐린다. 착공이 예고된 10월은 아직 오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 공항이 무엇을 지우게 될지,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전쟁의 시대다. 지난 5년 사이 전 세계 군비 지출이 34%나 늘어났고, 전쟁을 선호하는 지도자들이 선거에서 이기는 세상이다. 전쟁이 대외 정책의 최후 수단이 아니라 가장 먼저 들이미는 수단이 되었고, 인공지능(AI)과 드론 무기 개발 등으로 공격 비용이 방어보다 훨씬 적어진 탓에, 전쟁을 일으킬 동기도 훨씬 더 커지고 있다.
기존 강대국인 미국 지배력에 도전할 만큼 신흥 강대국 중국이 부상한 탓에 전쟁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한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이란에서의 전쟁은 전혀 미·중 갈등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가 지금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s trap)에 빠졌기 때문일 수 있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대공황 발생 요인을 분석하며, 글로벌 규칙 준수를 책임질 영국은 쇠퇴했으나 새롭게 부상한 미국은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않았던 문제를 짚었다.
킨들버거 함정에 빠지면 평화나 자유무역 같은 글로벌 공공재가 무너진다. 현재 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가 하면, 가장 중대한 글로벌 공공재인 기후 대응이 위축되는 상황이 그 전형적 사례다. 특히 기존의 강대국 미국이 앞장서 기후 약속을 파기하는가 하면 기후 거버넌스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유럽조차 기후 대응의 진전을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대신해 기후 거버넌스를 책임 있게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오늘날 글로벌 기후 대응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다만 중국은 최근 15차 5개년 규획을 통과시키면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여, 지구 기후변화, 초국적 범죄, 사이버 보안, 중대 전염병, 테러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더 많은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의 전면적 퇴행, 유럽의 동요 양상과 달리, 중국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꾸준히 기후 대응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5개년 목표에서는 과거와 달리 ‘경제사회 발전의 전면적 녹색 전환’의 첫 과제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대응을 제시했다. 얼마 전까지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에너지 소비 이중 통제’라는 이름 아래 에너지 효율 개선을 우선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앞으로 5년은 ‘온실가스 정점 도달’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 집중도 완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탄소 배출 이중 통제’ 정책으로 완전히 이행한 것인데, 온실가스 정점 도달 시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2030년 이전 달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중국은 같은 시기 석탄과 석유 소비 정점 통과를 약속하는 한편, 녹색 공장과 탄소중립 산업단지 조성, 건물·교통 부문의 저탄소화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데이터센터와 같은 컴퓨팅 시설과 5G 통신 기지 등 첨단 분야의 에너지 효율 제고 방침까지 공식화했다.
요약하면,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산업을 기반으로 향후 5년 내 온실가스 정점을 지나 본격적인 감축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탄소중립 산업단지 조성과 첨단 녹색산업 투자를 확대하며, 건물과 교통 부문의 전기화·효율화, 나아가 ‘녹색생활 방식’ 정착까지 서두를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얼마나 달라질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후안강 칭화대학 국정연구원 명예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을 썼다. “나는 현재 중국의 발전관을 ‘제2세대 흑묘백묘론’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며 발전을 강조했다면, 오늘날에는 ‘녹색 고양이만이 쥐를 잡으면서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즉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확실히 녹색 고양이 비유는 절묘하다. 하지만 두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하나는 녹색 고양이가 잡아야 할 쥐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이 아니라 ‘시민 복지’가 되어야 한다. 성장과 녹색을 다 잡는 녹색 고양이는 결국 허상이었음을 이미 선진국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녹색 고양이가 더 이상 중국 안의 고양이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도전이며, 따라서 중국은 글로벌 기후 도전에 더 책임 있게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일정을 2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과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연계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은 미국의 파병 요구에 즉답을 피하면서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호르무즈 해협과 그 인근 해역의 긴장 고조가 지역과 세계의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은 각국이 즉각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의 추가적인 고조를 피하며 지역 정세 불안이 확대돼 세계 경제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 미 정부의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추가로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대해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린 대변인은 정상회담 일정에 관해서는 “양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문제와 관련해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일본 등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 유조선 호위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면서 이달 31일~다음달 2일로 예정된 방중 기간 전에 중국의 파병 의사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중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 중국으로선 정상회담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것보다 미국과 만나 대화하는 쪽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정부가 새 관세 부과를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서 양국 간에 새로운 무역 현안이 부상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301조 조사에 대해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매우 일방적이며 독단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라며 미국이 “무역 장벽을 구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중국 등 16개 경제주체의 제조업 부문 과잉 생산·설비, 강제노동 투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엔 미·이란 전쟁의 향방도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원유 수입량의 13%를 이란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중요성을 미국 측에 강조하고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중국에 지정학적·경제적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이 전쟁이 중국에 미칠 영향은 향후 몇달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 미·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에도 미·중 정상회담은 열려야 한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고위급 교류 의제는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면서 “양국 간의 교류 실패는 오해와 오판으로 이어질 뿐이며 이는 (양국의) 대결로 치달아 세계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은 6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분위기는 “차분하고 솔직했으며 건설적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위급 회담 분위기로 미뤄 양국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더라도 주목할 만한 수준의 타협이나 성과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뤄밍후이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교수는 “첫날 협상이 장시간 진행됐다”며 이는 ‘폭넓은 진전’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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