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포토뉴스]국힘 정점식, ‘별들의집’ 찾아 이태원 유족과 대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09-08 14:43본문
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인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양양 하면 대부분 서핑과 파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양양의 매력은 바다에만 있지 않다. 설악산 자락, 오색약수터에서 시작되는 주전골 계곡길을 따라가면 무성한 숲 그늘과 청량한 물소리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계곡 양옆으로는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다. 우렁찬 소리를 내는 용소폭포와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은 금강문, 옥색 물빛을 담은 선녀탕까지, 걸음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계곡 트레킹 후에도 즐길 곳이 많다. 로컬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한 끼를 ‘맛보고’, 책과 숲이 어우러진 카페에서 느긋하게 ‘쉬어가며’, 누구나 쉽게 예술을 ‘체험하는’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더위가 가신 후 즐기는 늦휴가, 양양으로 색다른 웰니스 여행을 떠나보자.
동호해변과 이어진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벽돌로 지은 단층 건물이 나타난다. 다소 허름한 외관에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 처음 가는 길이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조금 주의 깊게 살피면 흰 페인트칠을 한 상단에 ‘밭맛’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름처럼 밭에서 키운 작물들을 한 접시 요리로 담아내놓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식당이다.
투박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살짝 놀라게 된다. 눈길을 끌 만한 인테리어는 없지만 오히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편안함을 준다.
창가에 가지런하게 심긴 나무들이 마치 숲속에 앉아 있는 기분을 들게 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호박빛 조명이 따스한 온기를 더하는 아담한 공간이다.
농부이자 셰프인 주인장은 직접 기른 작물과 그날그날 수확한 재료로 요리를 만든다. 밭을 갈지 않고, 비료와 농약 없이 키운 건강한 작물들이다. 육류와 달걀을 쓰지 않다 보니 메뉴가 자연스레 채식 위주로 채워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재료는 토종이지만 정작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양식이라는 것. 제철 재료로 만든 샐러드와 파스타, 리조토가 그 주인공들이다. 철마다 재료가 바뀌다 보니 식탁 위에도 계절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봄에는 참나물을 듬뿍 얹은 토마토 파스타와 냉이 들깨 리조토가 입맛을 돋우고, 여름에는 참외를 곱게 갈아 만든 냉파스타가 별미처럼 식탁에 오른다. 파스타 면도 우리 밀로 만든 생면을 그 자리에서 뽑아 쓴다.
우리나라 전통 콩인 북대기콩으로 만든 후무스 샐러드도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빵에 얹어 먹으면 산뜻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완두콩 크림 리조토, 노랑차조로 지은 쿠스쿠스 샐러드 등 밭맛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들이 많다.
밭맛의 음식들은 조미료를 최소화하는 대신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에 더욱 집중한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몸에 부담 없는 건강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주인장 홀로 주방을 지키는 터라 손님이 많을 땐 음식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다림조차 제철 토종 재료가 빚어낼 맛을 기대하는 설렘이 된다.
오후의 나른함이 몰려온다면 조용한 카페에서 쉬어가 보는 건 어떨까. 하조대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는 책과 커피를 즐기는 카페로그가 있다. 한국교과서협회 연수원인 솔향기언덕 1층에 자리한 이곳은 약 1만권의 책을 갖춘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북카페이다.
개인 서재처럼 꾸며진 공간을 지나 카페에 들어서면 누구나 ‘우와’ 하는 감탄사를 터트리게 된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 숲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활짝 펼쳐 놓은 유리 병풍에 푸른 솔숲을 그려 넣은 듯 사계절 내내 초록빛이 창가를 가득 메운다. 그 앞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마치 숲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여기에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져 한결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북카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벽면 책장은 수많은 책으로 채워져 있다. 소설과 시 같은 문학 작품부터 최신 신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서를 갖춰 고를 수 있는 폭도 넓다. 책장을 천천히 훑다 보면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책에 손이 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이 뜻밖에 인생 책으로 남게 될지 모를 일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잊게 된다. 책보다 창밖 풍경에 눈길이 간다면 아예 솔숲으로 나서보자.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솔향이 코끝을 스친다. 나무 그늘에 다시 책을 펼쳐 들어도 좋고, 그대로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겨도 좋다.
발걸음을 강현면 산골 쪽으로 옮기면 온천 카페 설온과 만난다. 옛 온천탕을 개조해 만든 이색 카페다. 목욕탕 샤워기가 그대로 남은 벽면과 사우나 공간을 활용해 만든 좌석 등 카페 곳곳에서 온천장이었던 시절의 흔적이 묻어난다. 옛 구조와 현대적인 감각이 적절히 섞인 묘한 분위기가 잠시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좌식 테이블이 많아 신발을 벗고 편하게 다리를 뻗을 수 있다는 점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다.
수국 등 꽃나무들이 자라는 정원 한쪽에는 온천수로 채워진 야외 족욕탕이 있다.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면 누구나 잠시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 있다. 족욕만으로도 따끈한 온기가 온몸 구석구석 전해지며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비가 내리는 날이 더 운치 있으니 꼭 야외로 나서보기를 권한다. 고요한 산속 풍경과 노천 온천이 어우러진 색다른 쉼은 여느 카페에서는 만나기 힘든 이곳만의 매력이다.
수제 온천 푸딩과 촉촉한 카스텔라를 맛보는 것도 즐거운 휴식이 된다. 특히 온천 푸딩은 온천수를 이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든 특별한 디저트다. 족욕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곁들이면, 그것만으로도 설온에서의 시간은 남다르게 채워진다.
잘 먹고, 잘 쉬었다면 이제 잘 놀 차례다. 잘 노는 여행이라고 하면 액티비티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는 방법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온몸의 감각을 새롭게 깨워보는 것도 이른바 ‘잘 노는’ 일이 된다.
양양새활용센터는 그런 잘 놀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재활용이 버려진 자원을 다시 쓰는 것이라면, 새활용은 여기에 기존과 다른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더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과 같은 개념으로, 원래의 형태나 소재를 살리면서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활용이다. 양양새활용센터에서는 해변과 상권 곳곳에서 버려진 수입 주류 공병을 화분과 조명, 모빌 등 개성 있는 소품으로 다시 만들어낸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허브 보틀 반려식물 화분 만들기’이다. 잘라낸 유리병에 흙을 담고 작은 허브를 심는 동안, 무심코 버려진 병은 어느새 창가를 장식하는 작은 화분으로 변신한다. 누군가 버린 유리병에 초록빛 생명을 더해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낸 새활용의 매력이 한층 가까이 다가온다. 완성한 화분을 손에 들고 나서면 세상에 하나뿐인 여행 기념품이 된다.
낙산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예술인 마을 아트양양도 가볼 만하다. 언덕 위 마을 안에 최성 작가가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페인팅과 핸드빌딩을 원데이 클래스로 체험할 수 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자기 접시에 그림을 그려 넣는 도자기 페인팅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정해진 밑그림도 완성된 모범 답안도 없다. 처음엔 막연해 보이다가도 천천히 선을 긋고 무늬를 하나둘 그려가다 보면 조금씩 나만의 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면 삐뚤빼뚤한 선조차도 나를 표현한 개성이 된다.
물레 없이 두 손으로만 빚는 핸드빌딩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흙을 조금씩 떼어 붙이고 두드리며 모양을 잡다 보면, 어느새 형태가 자연스럽게 갖춰진다. 기성품과는 다른, 손맛이 살아 있는 나만의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생각과 다른 모양이 나오더라도 그 또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다.
목사 딸의 백팔배
이정은 지음 | 온다프레스 | 272쪽 | 1만6000원
요지부동의 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부모가 성경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려는 근본주의적 개신교 성직자이며, 자녀들에게조차 신앙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요즘 육아법의 관점에서 볼 때 자녀 교육이 학대의 선을 넘나든다면 어떨까.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은 <목사 딸의 백팔배>를 두고 “유쾌하고 아름답고 치열한 아버지 살해 과정”이라고 평했지만, 저자 이정은(40)은 아버지를 상징적으로도 죽이지 않는다. 복수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아버지를 어리석거나 무능하거나 답답한 사람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이가 안 좋은 것 같다”는 고1 딸에게 “하나님을 그따위로 믿으니, 신앙이 그 모양이니, 이가 안 좋지!”라고 소리치는 아버지였는데도 말이다.
77학번이던 아버지는 급진적 학생운동가였다. 그는 대학원에 적을 둔 채 가구 공장에 위장 취업을 했으나 노동자들과 어울려도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는 없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인간의 힘으로 혁명을 이뤄내 사람들을 구원하고 천국을 일궈낼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깨고, 하나님의 의를 찾기로 했다. 야학 동아리에서 만난 1년 후배였던 엄마는 신앙인이 아니었으나, 결국 남편을 따르기로 했다. 번듯한 교회 건물도, 많은 신도도, 큰 종교적 명성도 없이 고행에 가까운 목회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정은은 이 가정의 장녀였다.
집에서는 ‘인간적인 것’ ‘세속적인 것’이 금지됐다. 텔레비전은 애초에 없었고, 신문도 언젠가부터 끊었다. 딸기 우유가 나오는 급식을 먹는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가 싸주신 소박한 도시락을 꺼냈다. 이정은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새벽 기도를 나갔다. 각종 예배와 공부방 봉사, 부흥회에도 참석했다. 이정은은 “내 시간과 공간만이 아닌 감정까지 통제돼야 했다”고 돌이켰다. 하나님과 부모님에게 전적으로 순종하는 딸의 고등학교 시절을 부모님은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이라고 돌이키지만, 이정은은 스스로 이 삶이 ‘흉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스도교 신학을 상대화하는 종교학을 대학 전공으로 택한 것이 작은 방황이었다면, 대학에서 신천지에 빠진 것은 ‘제대로 된 반역’이었다. 대학에서 부모님의 바깥 세상을 처음으로 만난 이정은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명쾌하고 완벽한 수학 공식처럼 들렸던 ‘진리’”를 제시하는 신천지에 매혹됐다. 이정은은 6개월 만에 신천지를 빠져나왔으나 여전히 자신이 “괜찮은 척”하면서 “주어진 삶”을 산다는 걸 알았다.
학문의 세계가 도움이 됐다. 온갖 오류를 잔뜩 떠안은 종교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종교학의 태도는 마음의 여유를 안겼다. 이는 부모님의 언행이 잘못된 것처럼 보여도, 그들의 삶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지배자의 강압 테크놀로지와 피지배자의 자기 테크놀로지가 섬세하게 조합돼 권력이 행사된다는 후기 푸코의 통찰은 부모님의 권력과 자신의 순응이 어떻게 맞물렸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종속은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는 주디스 버틀러의 인식은 부모님을 스스로 떠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을 덜어주었고, “훈육 담론이 주체를 생산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주체의 탈구성 조건도 함께 구성한다”는 버틀러의 첨언은 전복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주었다.
결혼을 앞두고 이정은은 앞으로 아버지의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너를 속이지 마라”는 엄마의 말은 뜻밖의 큰 조언이었다. 이정은은 “상대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상대에게 마주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한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라는 말에 자신은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든 아니든 그저 자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혼 후 4~5개월 후부터는 백팔배를 시작했다. 모녀 관계를 고민하는 질문에 대한 법륜 스님의 대답 “어머니가 가시는 길은 어머니 선택이고, 내가 가는 길은 내 선택이다. (…) 각자 상황에 맞춰서 내 길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인생이다”를 듣고 나서였다. ‘객관’의 문제, ‘옳고 그름’의 문제에 얽매여 있던 이정은은 “몸을 구부리고 나서야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오만한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됐다.”
“나는 ‘진정하고 올바른 삶’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삶을 부모님이 앗아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하자.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원래 그와 같이 살았어야 할 진짜 삶’ 같은 것은 없다.”
이정은은 백팔배가 “절하는 이의 힘을 빼버린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한다. 그는 거듭 힘을 뺀 뒤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자그마하지만 좋은 느낌의 힘”으로 살아간다. 세속의 노래를 거의 들은 적이 없었지만,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연습 끝에 부를 수 있게 됐다. 대학 4학년 때까지는 왠지 호사스러워 보여 카페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디카페인 커피를 종종 마신다. 죄책감을 애착인형처럼 간직하는 ‘자기 포기적 테크놀로지’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기 배려적 테크놀로지’를 익혀나갔다. 서울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누군가의 소용과 어떤 현상의 쓸모”를 재단하는 것이 싫어, 통일교·신천지·JMS 같은 개신교계 신종교 현상을 연구한다.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조차 설득 못하는 노숙자를 몇년간 돌보며 병원으로 인도하는 아버지의 철저한 믿음과 실천을 존경하게 됐다. “삶을 마주하고 껴안는 어떤 순간들에 불현듯 선물처럼” 나타나는 구원은 딸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이미 주어졌을지 모른다.
<연합뉴스>
강원도 양양 하면 대부분 서핑과 파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양양의 매력은 바다에만 있지 않다. 설악산 자락, 오색약수터에서 시작되는 주전골 계곡길을 따라가면 무성한 숲 그늘과 청량한 물소리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계곡 양옆으로는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다. 우렁찬 소리를 내는 용소폭포와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은 금강문, 옥색 물빛을 담은 선녀탕까지, 걸음마다 절경이 펼쳐진다. 계곡 트레킹 후에도 즐길 곳이 많다. 로컬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한 끼를 ‘맛보고’, 책과 숲이 어우러진 카페에서 느긋하게 ‘쉬어가며’, 누구나 쉽게 예술을 ‘체험하는’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더위가 가신 후 즐기는 늦휴가, 양양으로 색다른 웰니스 여행을 떠나보자.
동호해변과 이어진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벽돌로 지은 단층 건물이 나타난다. 다소 허름한 외관에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아 처음 가는 길이라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조금 주의 깊게 살피면 흰 페인트칠을 한 상단에 ‘밭맛’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름처럼 밭에서 키운 작물들을 한 접시 요리로 담아내놓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식당이다.
투박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살짝 놀라게 된다. 눈길을 끌 만한 인테리어는 없지만 오히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편안함을 준다.
창가에 가지런하게 심긴 나무들이 마치 숲속에 앉아 있는 기분을 들게 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호박빛 조명이 따스한 온기를 더하는 아담한 공간이다.
농부이자 셰프인 주인장은 직접 기른 작물과 그날그날 수확한 재료로 요리를 만든다. 밭을 갈지 않고, 비료와 농약 없이 키운 건강한 작물들이다. 육류와 달걀을 쓰지 않다 보니 메뉴가 자연스레 채식 위주로 채워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재료는 토종이지만 정작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양식이라는 것. 제철 재료로 만든 샐러드와 파스타, 리조토가 그 주인공들이다. 철마다 재료가 바뀌다 보니 식탁 위에도 계절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봄에는 참나물을 듬뿍 얹은 토마토 파스타와 냉이 들깨 리조토가 입맛을 돋우고, 여름에는 참외를 곱게 갈아 만든 냉파스타가 별미처럼 식탁에 오른다. 파스타 면도 우리 밀로 만든 생면을 그 자리에서 뽑아 쓴다.
우리나라 전통 콩인 북대기콩으로 만든 후무스 샐러드도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신선한 채소와 함께 빵에 얹어 먹으면 산뜻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완두콩 크림 리조토, 노랑차조로 지은 쿠스쿠스 샐러드 등 밭맛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들이 많다.
밭맛의 음식들은 조미료를 최소화하는 대신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에 더욱 집중한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몸에 부담 없는 건강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주인장 홀로 주방을 지키는 터라 손님이 많을 땐 음식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다림조차 제철 토종 재료가 빚어낼 맛을 기대하는 설렘이 된다.
오후의 나른함이 몰려온다면 조용한 카페에서 쉬어가 보는 건 어떨까. 하조대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는 책과 커피를 즐기는 카페로그가 있다. 한국교과서협회 연수원인 솔향기언덕 1층에 자리한 이곳은 약 1만권의 책을 갖춘 강원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북카페이다.
개인 서재처럼 꾸며진 공간을 지나 카페에 들어서면 누구나 ‘우와’ 하는 감탄사를 터트리게 된다. 커다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 숲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활짝 펼쳐 놓은 유리 병풍에 푸른 솔숲을 그려 넣은 듯 사계절 내내 초록빛이 창가를 가득 메운다. 그 앞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마치 숲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여기에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져 한결 더 여유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북카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벽면 책장은 수많은 책으로 채워져 있다. 소설과 시 같은 문학 작품부터 최신 신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서를 갖춰 고를 수 있는 폭도 넓다. 책장을 천천히 훑다 보면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책에 손이 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이 뜻밖에 인생 책으로 남게 될지 모를 일이다.
창가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잊게 된다. 책보다 창밖 풍경에 눈길이 간다면 아예 솔숲으로 나서보자.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솔향이 코끝을 스친다. 나무 그늘에 다시 책을 펼쳐 들어도 좋고, 그대로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겨도 좋다.
발걸음을 강현면 산골 쪽으로 옮기면 온천 카페 설온과 만난다. 옛 온천탕을 개조해 만든 이색 카페다. 목욕탕 샤워기가 그대로 남은 벽면과 사우나 공간을 활용해 만든 좌석 등 카페 곳곳에서 온천장이었던 시절의 흔적이 묻어난다. 옛 구조와 현대적인 감각이 적절히 섞인 묘한 분위기가 잠시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좌식 테이블이 많아 신발을 벗고 편하게 다리를 뻗을 수 있다는 점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다.
수국 등 꽃나무들이 자라는 정원 한쪽에는 온천수로 채워진 야외 족욕탕이 있다.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면 누구나 잠시 발을 담그고 쉬어갈 수 있다. 족욕만으로도 따끈한 온기가 온몸 구석구석 전해지며 몸이 한결 가뿐해진다. 비가 내리는 날이 더 운치 있으니 꼭 야외로 나서보기를 권한다. 고요한 산속 풍경과 노천 온천이 어우러진 색다른 쉼은 여느 카페에서는 만나기 힘든 이곳만의 매력이다.
수제 온천 푸딩과 촉촉한 카스텔라를 맛보는 것도 즐거운 휴식이 된다. 특히 온천 푸딩은 온천수를 이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든 특별한 디저트다. 족욕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곁들이면, 그것만으로도 설온에서의 시간은 남다르게 채워진다.
잘 먹고, 잘 쉬었다면 이제 잘 놀 차례다. 잘 노는 여행이라고 하면 액티비티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는 방법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거나 온몸의 감각을 새롭게 깨워보는 것도 이른바 ‘잘 노는’ 일이 된다.
양양새활용센터는 그런 잘 놀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재활용이 버려진 자원을 다시 쓰는 것이라면, 새활용은 여기에 기존과 다른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생각을 더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과 같은 개념으로, 원래의 형태나 소재를 살리면서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활용이다. 양양새활용센터에서는 해변과 상권 곳곳에서 버려진 수입 주류 공병을 화분과 조명, 모빌 등 개성 있는 소품으로 다시 만들어낸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허브 보틀 반려식물 화분 만들기’이다. 잘라낸 유리병에 흙을 담고 작은 허브를 심는 동안, 무심코 버려진 병은 어느새 창가를 장식하는 작은 화분으로 변신한다. 누군가 버린 유리병에 초록빛 생명을 더해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낸 새활용의 매력이 한층 가까이 다가온다. 완성한 화분을 손에 들고 나서면 세상에 하나뿐인 여행 기념품이 된다.
낙산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예술인 마을 아트양양도 가볼 만하다. 언덕 위 마을 안에 최성 작가가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페인팅과 핸드빌딩을 원데이 클래스로 체험할 수 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자기 접시에 그림을 그려 넣는 도자기 페인팅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정해진 밑그림도 완성된 모범 답안도 없다. 처음엔 막연해 보이다가도 천천히 선을 긋고 무늬를 하나둘 그려가다 보면 조금씩 나만의 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면 삐뚤빼뚤한 선조차도 나를 표현한 개성이 된다.
물레 없이 두 손으로만 빚는 핸드빌딩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흙을 조금씩 떼어 붙이고 두드리며 모양을 잡다 보면, 어느새 형태가 자연스럽게 갖춰진다. 기성품과는 다른, 손맛이 살아 있는 나만의 도자기가 만들어진다. 생각과 다른 모양이 나오더라도 그 또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다.
목사 딸의 백팔배
이정은 지음 | 온다프레스 | 272쪽 | 1만6000원
요지부동의 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부모가 성경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려는 근본주의적 개신교 성직자이며, 자녀들에게조차 신앙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면 어떻게 할까. 아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요즘 육아법의 관점에서 볼 때 자녀 교육이 학대의 선을 넘나든다면 어떨까.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은 <목사 딸의 백팔배>를 두고 “유쾌하고 아름답고 치열한 아버지 살해 과정”이라고 평했지만, 저자 이정은(40)은 아버지를 상징적으로도 죽이지 않는다. 복수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아버지를 어리석거나 무능하거나 답답한 사람으로 그리지도 않는다. “이가 안 좋은 것 같다”는 고1 딸에게 “하나님을 그따위로 믿으니, 신앙이 그 모양이니, 이가 안 좋지!”라고 소리치는 아버지였는데도 말이다.
77학번이던 아버지는 급진적 학생운동가였다. 그는 대학원에 적을 둔 채 가구 공장에 위장 취업을 했으나 노동자들과 어울려도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는 없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인간의 힘으로 혁명을 이뤄내 사람들을 구원하고 천국을 일궈낼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깨고, 하나님의 의를 찾기로 했다. 야학 동아리에서 만난 1년 후배였던 엄마는 신앙인이 아니었으나, 결국 남편을 따르기로 했다. 번듯한 교회 건물도, 많은 신도도, 큰 종교적 명성도 없이 고행에 가까운 목회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정은은 이 가정의 장녀였다.
집에서는 ‘인간적인 것’ ‘세속적인 것’이 금지됐다. 텔레비전은 애초에 없었고, 신문도 언젠가부터 끊었다. 딸기 우유가 나오는 급식을 먹는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가 싸주신 소박한 도시락을 꺼냈다. 이정은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새벽 기도를 나갔다. 각종 예배와 공부방 봉사, 부흥회에도 참석했다. 이정은은 “내 시간과 공간만이 아닌 감정까지 통제돼야 했다”고 돌이켰다. 하나님과 부모님에게 전적으로 순종하는 딸의 고등학교 시절을 부모님은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이라고 돌이키지만, 이정은은 스스로 이 삶이 ‘흉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스도교 신학을 상대화하는 종교학을 대학 전공으로 택한 것이 작은 방황이었다면, 대학에서 신천지에 빠진 것은 ‘제대로 된 반역’이었다. 대학에서 부모님의 바깥 세상을 처음으로 만난 이정은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명쾌하고 완벽한 수학 공식처럼 들렸던 ‘진리’”를 제시하는 신천지에 매혹됐다. 이정은은 6개월 만에 신천지를 빠져나왔으나 여전히 자신이 “괜찮은 척”하면서 “주어진 삶”을 산다는 걸 알았다.
학문의 세계가 도움이 됐다. 온갖 오류를 잔뜩 떠안은 종교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종교학의 태도는 마음의 여유를 안겼다. 이는 부모님의 언행이 잘못된 것처럼 보여도, 그들의 삶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지배자의 강압 테크놀로지와 피지배자의 자기 테크놀로지가 섬세하게 조합돼 권력이 행사된다는 후기 푸코의 통찰은 부모님의 권력과 자신의 순응이 어떻게 맞물렸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종속은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는 주디스 버틀러의 인식은 부모님을 스스로 떠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을 덜어주었고, “훈육 담론이 주체를 생산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주체의 탈구성 조건도 함께 구성한다”는 버틀러의 첨언은 전복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주었다.
결혼을 앞두고 이정은은 앞으로 아버지의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너를 속이지 마라”는 엄마의 말은 뜻밖의 큰 조언이었다. 이정은은 “상대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상대에게 마주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한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그냥 아버지”라는 말에 자신은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든 아니든 그저 자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결혼 후 4~5개월 후부터는 백팔배를 시작했다. 모녀 관계를 고민하는 질문에 대한 법륜 스님의 대답 “어머니가 가시는 길은 어머니 선택이고, 내가 가는 길은 내 선택이다. (…) 각자 상황에 맞춰서 내 길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인생이다”를 듣고 나서였다. ‘객관’의 문제, ‘옳고 그름’의 문제에 얽매여 있던 이정은은 “몸을 구부리고 나서야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오만한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됐다.”
“나는 ‘진정하고 올바른 삶’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삶을 부모님이 앗아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하자.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원래 그와 같이 살았어야 할 진짜 삶’ 같은 것은 없다.”
이정은은 백팔배가 “절하는 이의 힘을 빼버린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한다. 그는 거듭 힘을 뺀 뒤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자그마하지만 좋은 느낌의 힘”으로 살아간다. 세속의 노래를 거의 들은 적이 없었지만,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연습 끝에 부를 수 있게 됐다. 대학 4학년 때까지는 왠지 호사스러워 보여 카페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디카페인 커피를 종종 마신다. 죄책감을 애착인형처럼 간직하는 ‘자기 포기적 테크놀로지’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기 배려적 테크놀로지’를 익혀나갔다. 서울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누군가의 소용과 어떤 현상의 쓸모”를 재단하는 것이 싫어, 통일교·신천지·JMS 같은 개신교계 신종교 현상을 연구한다.
무엇보다 담당 공무원조차 설득 못하는 노숙자를 몇년간 돌보며 병원으로 인도하는 아버지의 철저한 믿음과 실천을 존경하게 됐다. “삶을 마주하고 껴안는 어떤 순간들에 불현듯 선물처럼” 나타나는 구원은 딸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이미 주어졌을지 모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