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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가입 주민 주도 ‘햇빛연금’ 실험…‘100개의 구양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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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6-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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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가입 [주간경향]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임기 말인 2030년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해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2030년까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석탄화력발전·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 달성하겠다는 ‘RE100’을 선언한 곳도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본격화한 문재인 정부 때는 외부 투자를 받은 업자들이 농촌 곳곳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주들은 높은 수익을 보장받고 업자들에게 농지를 빌려줬다. 임차농들이 농사를 못 짓고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농지(전·답)가 태양광발전소 부지(잡종지)로 전용되고, 우후죽순 태양광 패널이 깔렸다. 수익 대부분은 업자들과 외부 투자자들이 챙겼다. 농촌 주민들이 지금도 ‘태양광이 들어선다’고 하면 치를 떨고, 반대 투쟁에 나서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농민 등 지역 주민을 배제한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임기 내 재생에너지 전환 성과를 내야 하는 이재명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번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햇빛연금’, ‘바람연금’ 등으로 농촌 주민들의 소득을 늘리고,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농지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올려, 아래서는 농사를 짓고, 위에서는 전기를 짓는 ‘영농형 태양광’도 적극 보급하겠다고 했다. 농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발전 수익을 가져가도록 해 재생에너지와 농가 소득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이번에는 다를까. 마침 경기 여주 세종대왕면 구양리와 전남 영광 염산면 월평마을은 주민 주도의 햇빛연금을 실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두 곳의 사례를 주시하고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주간경향이 두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태양광 수익으로 이웃 돌보는 구양리
남한강 여주보 인근에 있는 구양리는 주민 대부분이 쌀농사를 짓는 마을이다. 구양리 한가운데에 있는 정미소를 기준으로 북쪽은 ‘큰말(큰마을)’, 남쪽은 ‘작은말(작은마을)’로 불린다. 지난 6월 5일 구양리를 찾았을 때는 모든 주민이 모내기를 막 끝낸 상황이었다. 작은말 논둑에는 빨간 깃발이 여러 개 꽂혀 있었는데, 이장 전주영씨(59)는 경기 용인 원삼면에 생기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관로가 지나가는 자리라고 했다. 구양리는 상수원관리지역 지정으로 재산권 행사 등에 제약이 있는 주민들을 위해 정부의 수계관리기금에서 지원하는 돈과 SK하이닉스가 주는 보상금을 모아 마을 기금을 조성했다.
이런 돈은 마을 주민이 나눠 갖는 경우가 많은데, 구양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마을 사업에 사용한다.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을 2대 이상 사서 같이 쓰고, 마을 주민들이 로터리(땅을 가는 작업), 모내기, 벼베기 등을 함께한다. 농기계, 농자재 등이 보관된 작은말 창고 옆에는 수확한 벼를 말릴 때 쓰는 건조기가 4대 있었는데, 이 역시 마을 기금으로 구입했다. 작은말 창고 앞에 조성한 풋살 경기장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2021년 12월부터는 마을 기금을 활용해 태양광 사업을 추진했다. 마을의 67가구가 모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구양리햇빛두레발전협동조합’를 만들고, 이듬해 5월 작은말 창고 지붕 위에 76.23㎾짜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이어 큰말 창고 지붕(35.64㎾), 마을 운동장 부지(130.68㎾), 풋살 경기장 주차장 지붕(71.76㎾) 등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햇빛두레’ 사업 지원을 받아 비용 일부는 장기 저리로 대출받았다.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보상금으로는 마을 구석에 있는 논 2필지를 구입하고, 이를 담보로 은행권에서 돈을 빌려 지난해 4월 각각 203.94㎾, 479.66㎾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세웠다.
마을 내 태양광 6개소의 총 규모는 약 1㎿(997.91㎾)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1㎿ 이내에서는 2개 이상의 발전소를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할 수 있다. 구양리는 6개소를 하나로 연결해 ‘구양리 햇빛두레 발전소’라는 이름으로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다.
구양리의 발전량과 발전수입은 월별로 차이가 있는데, 올해 1~5월까지 매월 7만2300~13만9500㎾h의 전기를 팔아 월 847만~1738만원 수입을 거뒀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기 판매 외에도,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를 기업 등에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구양리는 아직 REC를 판매하지 않았다. 이 마을이 올해 1~5월 태양광발전으로 얻은 REC를 판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월 643만~1289만원의 추가 수입이 생기게 된다. 전기와 REC 판매로 월 최대 3000만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구양리는 전기 판매 수익으로 마을 복지 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 7월에는 마을 일을 전담하는 사무장을 채용했다. 구양리 출신으로 지금은 읍내에 거주하는 사무장 이현씨(44)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구양리 사무실에서 일한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마을에서 구입한 9인승 승합차로 ‘구양리 행복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이씨가 말했다. “구양리에는 두세 시간에 한 번꼴로 시내버스가 다녀요. 시간대도 애매하고, 빙 둘러가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마을에서 행복 버스를 시작한 거죠.”
이날 아침 이씨는 출근하자마자 노인대학에 다니는 어르신 세 분을 모시고 여주시 노인복지회관으로 차를 몰았다. 마을로 돌아와 사무를 보다가 노인대학이 끝나는 오전 11시 50분에 맞춰 노인복지회관으로 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다. 이씨가 퇴근하거나 일하지 않는 주말에도 행복 버스가 운행한다. 이장이나 다른 주민들이 운전대를 잡는다. 전주영 이장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멀리 경기 부천에 있는 장례식장에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구양리 마을회관 뒤에는 마을 식당이 있다. 이날 식당에서는 주민 심연화씨(70)와 김미선씨(66)가 점심 메뉴로 김치말이 국수와 만두를 준비하고 있었다. 구양리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평일 점심에 주민들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 심연화·김미선씨 등 주민 4명이 채용돼 2인 1조로 돌아가며 점심을 준비한다. 장을 보러 가는 건 사무장의 몫이다.
심씨는 예전에 마을 구판장에서 인근 공장 인부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했다. 지금은 작고한 남편이 낚은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하기도 하고, 인부들이 요청하면 주물럭을 내놓기도 했다. 김미선씨도 초등학교 구내식당에서 일한 급식 조리사다. 전주영 이장은 “우리 식당 음식은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심연화씨가 말했다. “마을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많아요. 식사를 잘 챙겨 드시지 않고요.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혼자 있다 보니 반찬 한 개 놓고 물에 밥 말아서 먹곤 하거든요. 그런데 마을에서 (태양광발전) 수익으로 함께 식사하니까 얼굴도 보고 얘기도 하고 밥도 잘 먹으니 좋아요. 어르신들이 오셔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하면 고생스럽긴 해도 흐뭇해요.”
여주 농민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농해수비서관을 지낸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장은 구양리가 햇빛 발전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함께했다. 최재관 위원장은 “구양리는 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사례”라며 “농촌 마을에 태양광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주민들이 그 태양광의 주인이 되고 온전히 수익을 가져가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월 5일 대선후보로 구양리를 방문했을 때 “전국 외곽 지역에 인구밀도가 낮은 곳은 이런 햇빛·바람연금을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연구원장이었던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100개의 구양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구양리는 이제 농업계, 환경단체 쪽에서 주목하는 마을이 됐다.
‘영농형 태양광’ 문제···월평마을의 고민
지난 6월 10일 영광 월평마을을 찾았다. 마을 기금과 마을 부동산을 활용해 일반 태양광 사업을 벌이는 여주 구양리와 달리, 이 마을은 주민 전원이 출자한 돈으로 개인이 소유한 농지에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벌인다. 이 마을은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와 원래부터 육지였던 농지에서 벼, 보리, 대파 따위를 키운다. 간척지 땅은 이미 모내기가 끝났고, 이모작을 하는 비간척지 땅에는 보리 수확이 한창이었다. 보리 수확을 마친 농부들이 보릿대를 태우는 탓에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진주 강씨 집성촌인 월평마을에는 총 28가구가 사는데, 2022년 4월 모든 가구가 참여해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세우고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조합원들이 소유한 간척지 논 12필지(1만5000㎡)에 총 3㎿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패널을 올려 쌀농사와 햇빛농사를 동시에 벌이기로 했다. 지난 5월 8일에는 논 2필지에 1㎿ 영농형 태양광 패널이 먼저 세워졌고,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직접 준공식 테이프를 끊는 등 대대적인 행사도 벌였다.
논 위로 드러난 영농형 태양광 기둥의 높이는 4.2m인데, 땅 밑으로 2ｍ 이상이 더 박혀 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기둥 위쪽에는 베어링과 유압 실린더 따위가 있어 해의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패널이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패널은 윗면과 아랫면 모두에 셀 모듈이 있는 양면형 패널로, 위에서 내려오는 햇빛은 물론, 땅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발전에 사용한다. 기둥과 기둥 사이는 4ｍ, 6m씩 떨어뜨려 농기계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17일에는 영농형 태양광 시설이 세워진 논 2필지 중 1곳에 물이 채워졌고 이앙기가 들어가 모내기를 했다.
월평마을을 방문한 날, 주민 김명순씨(64) 등 여성 농민 2명이 영농형 태양광 설비 아래에서 보식(補植)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내기가 잘 안 되거나 빠진 부분에 모를 보충하는 작업이다. 이앙기로 모내기를 했지만, 태양광 기둥이 있는 줄에는 이앙기로 심을 수 없어서 손으로 직접 모를 내는 중이었다. 논 주인인 김씨는 남편 강종회씨(65)와 직접 농사를 짓는다. 김씨는 “신랑이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그냥 놔두라고 하는데, (모가 덜 심어진 곳이 많아서) 내가 왔다니깐…”이라고 말했다.
실증 연구 등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설비 아래서 쌀농사를 지으면 이처럼 모를 심을 수 없는 자리가 생겨 생산량이 2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종회씨는 “다들 20% 줄어든다고 하던데, 실제로 해보니 모를 못 심는 공(空)땅이 너무 많아서 감소량이 그 이상이 될 것 같다”며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을 운전할 때도 기둥을 피해야 하다 보니 속도를 내지 못 한다. 우리처럼 모든 작업을 직접 하는 농부들은 가능해도, 전문으로 뛰는 사람들(농기계 작업을 대행해주는 업체)은 안 오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기계 운전이 까다롭고 생산량이 줄어들기는 해도, 햇빛발전으로 인한 수익은 그 모든 불편과 손해를 기꺼이 감내하게 해준다.
다만 아직 이곳의 영농형 태양광 설비는 한전의 전력망과 이어지지 않아 발전 수익을 내지 못한다. 주민들은 내달 중 계통연결이 되면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가 모두 계통연결이 되는 내년에는 발전 수익을 설비업체와 나누고도 가구당 매월 11만8000원씩 연간 142만원을 받을 것으로 주민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전에 전기를 팔거나 REC 인증서를 기업에 판매해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대기업과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파는 방법도 있다.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인 강종오씨(66)는 “대기업에 직접 파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수익도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이 말했다. “옛날에 여기서 사시다가 지금은 외지로 나가 있는 분 중에는 다시 고향으로 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요. 또 우리 마을을 보고 여기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도시분들도 있겠죠. 그런 분들이 와서 생활할 수 있도록 (영농형 태양광으로) 소득을 만들어보자 하는 취지가 있었죠. 우리 마을로 이주해서 2년 정도 사시면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수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과 농사를 함께하는 지역은 수십여 곳이 있지만, 대부분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연구나 실증 목적으로 운영한다. 1㎿ 이상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에서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고 수익을 나누기로 한 곳은 월평마을이 유일하다. 월평마을이 주민 주도형 ‘영농형 태양광’의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주 조합원과 임차농 조합원, 일반 조합원 간 수익 배분 구조에 조합원들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농지의 지주인 조합원은 발전 수익금 외에도 협동조합으로부터 임대료로 필지(1200평 기준)당 매년 360만원을 받는다.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임차농으로부터도 통상 임대료보다 낮은 수준의 금액을 받기로 했다. 임차농들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인해 농산물 생산이 조금 줄긴 하지만, 그만큼 임차료를 적게 내고 조합원으로서 발전 수익금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영농형 태양광 설비가 들어선 땅의 주인이 바뀔 경우, 새로운 지주와 임대료, 수익 배분 등을 놓고 또다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실제로 현재 1㎿ 영농형 태양광이 들어선 월평마을 논 2필지 중 1필지는 새 지주와의 합의 문제 등으로 농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월평마을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직불금 수령 여부다. 현행법에서는 태양광 시설이 들어간 농지는 공익 직불금 대상이 아니다. 강종오 이사장은 “(농사 못 짓는) 일반 태양광 시설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에서는 농사를 짓는다. 직불금을 받는 게 맞지 않냐”고 말했다.
태양광 난립·고압송전탑 갈등 여전…어떻게 해결하나
일찌감치 총 3㎿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 월평마을의 경우, 현재 지어진 1㎿ 설비의 계통 연결, 그리고 나머지 2㎿의 계통 연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월평마을이 있는 전남 지역은 변전소·송전탑 등 송전 설비 등의 문제로, 정부가 전력 계통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다른 마을에서 월평마을의 사례를 보고 주민 주도 태양광 발전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생산한 전기를 보낼 길이 없는 것이다. 전력 생산은 농촌 지역에서 이뤄지는데,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벌어지는 문제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지어지는 고압 송전탑은 농촌 지역의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9일에는 여주 구양리 마을 태양광 사업에 관여한 최재관 민주당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가 출범했다.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는 전국의 농촌 주민들이 ‘햇빛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가 보유한 공공비축 농지에 한해 ‘주민 주도형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1㎿ 태양광 사업을 하는 여주 구양리의 경우, 마을 내에 있는 공공비축 농지 등을 활용해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쌀농사를 계속 지으면서도 최대 5㎿ 까지 발전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재관 위원장(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공동상임대표)은 “마을 주민들이 일단 ‘우리가 전기의 주인이고 이것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송전탑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예를 들어,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에다 재생에너지를 팔 수 있는 쿼터를 5㎿씩 주겠다고 하면 어떨까. 20가구가 있는 마을에서 태양광으로 5㎿ 발전을 하면, 가구당 월 200만원씩 ‘햇빛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송전탑이 딴 마을로 갈까 봐 걱정하는 날도 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농산물 생산을 위해 지정된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의 공공비축 농지까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고, 결국 난립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돈벌이 안되는 농사는 대충 하거나 농사 짓는 시늉만 하고, 발전 수익만 누리려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김형수 정책팀장은 “‘햇빛연금으로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이 농촌의 대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농촌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라며 “농촌도 다양한 욕망을 가진 이들의 집단이기에 개별 가구 단위소득 중심으로만 접근하면 농촌 마을 내의 관계성과 필요성이 간과될 수 있다. 기초 생활의 필요성을 넘어선 소득 증대 욕구들은 농촌 마을 내부에 긴장을 일으킨다. 마을 태양광이라는 이름으로 규모가 한없이 커질수도 있고, 태양광 난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으로 주민 주도가 가능한지, 발생한 소득을 공동으로 사용하는지,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 응집시켜주는지 같은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햇빛·바람만이 아니라 마을의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약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더라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조합 가입 자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납부하는 등 ‘조합가입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놓고 수년 뒤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이라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최근 지역주택조합원 A씨 등이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분담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지역주택조합원 A씨 등 4명은 2016~2017년 B 주택조합과 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토지관련 문제로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못 해 사업이 무산될 경우, 조합원들이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추진용역비 전액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B 조합은 2019년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뒤 아파트 건설 사업을 본격 시작했고, A씨 등은 분담금 일부를 각각 납부했다. 그런데 3년여가 흐른 2022년 8월 A씨 등은 “확약서가 조합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며 조합을 상대로 분담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계약금 환불 약정이 무효인 이상 조합 계약도 취소돼야 하고, 이에 따라 A씨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납입함 금액을 전부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B 조합이 이미 2019년 2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환불 약정이 전제하는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 설립 신청을 못 해 사업 무산되는 상황’이 사라졌다고 봤다.
이어 “법률행위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가 있었더라도 그 불이익이 이미 소멸했다면 그 이후에 착오로 인한 취소 주장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어긋난다”며 A씨 등이 분담금을 이미 납부하는 방식으로 ‘조합 계약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만큼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 조합이 A씨 등 조합원이 이미 납부한 분담금을 돌려줄 필요도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착오 취소 주장을 하는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라며 “이들의 모순된 태도로 인해 조합과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들 몫의 분담금에 상응하는 손해를 부담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거나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결과”라고 밝혔다.
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 시절 강행한 ‘박정희 기념사업’의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포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는 박정희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안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등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며 포상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한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조만간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유공 민간인 포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상 규모는 민간인 2명과 기관 1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광역시장 명의로 수여된다.
‘민간인’의 경우 대구경찰청으로부터 추천받은 경찰관 2명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본청 및 시 산하기관을 제외한 포상 대상자를 민간인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기관 표창 대상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으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다. 공단은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야간 시간대 불침번 근무를 서거나 순찰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같은 포상 추진 이유을 두고 대구시는 “박정희 기념사업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추진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 및 포상해 산업화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기념사업의 원활하고 성공적인 사업 추진에 기여한 공이 큰 자, 기념사업 추진에 적극 협조해 사업의 안정적 정착에 기여한 자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포상 규모를 확보하고 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등 기념사업이 추진된 이후 경찰측에서 대구시에 포상을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장 명의의 포상이 승진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행정 업무나 사업 등을 진행할 때 대구경찰청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종 축제나 선거, 청사 방호 등 시정 전반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는 만큼 이번에 포상 대상자로 정했다”고 말했다.
포상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인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반발하고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떠맡은 경찰과 대구시 공무원에 대한 ‘보상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구경실련은 “홍 전 시장이 동대구역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박정희 동상은 관련 기념사업 조례에서 정한 여론수렴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치한 조형물”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기념사업이라는 의미를 감안하더라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화 정신을 기린다는 명목으로 건립한 동상이지만 오히려 공무원의 불침번 근무 등이 주목받았고, 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주변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면서 “대구시장의 포상을 악용하는 일인 만큼 즉각 계획을 취소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에 반발하며 사업 근거인 조례안 폐지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현재 시의회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에 회부돼 논의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번 포상은 대구시 사업 전반에 협조해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여러 사업 중 대표하는 의미에서 ‘박정희 기념사업’이라고 명시한 것뿐”이라며 “시의회에서 (조례 폐지안)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여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포상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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